2026년 KISA(한국인터넷진흥원)는 한 해 동안 공개될 신규 보안 취약점(CVE)이 6만6000건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3년 2만9066건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문제는 숫자만이 아니다. 생성형 AI가 취약점 탐지에 대거 투입되면서, 진짜 위협과 AI가 만들어낸 허위 신고를 가려내는 일 자체가 2026년 보안 업계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 핵심 요약
- 2026년 신규 CVE 예상 건수 6만6000건, 2023년 대비 2배 이상 증가
- KISA가 AI로 찾아낸 취약점 중 실제 유효한 비율은 10건 중 5~6건 수준
- curl 프로젝트는 AI 생성 허위 신고 급증으로 유료 버그바운티를 7년 만에 잠정 종료
- 2026년 상반기 국내 침해사고 신고는 전년 동기 대비 19.5% 증가한 1236건
- KISA·과기정통부는 OpenAI GTAC 프로그램과 협력해 국가 기반시설 취약점 분석을 진행 중
AI 취약점 탐지가 폭증하면서 가장 먼저 드러난 문제는 '오탐'이다. 사람이 하나하나 검증하던 방식으로는 하루에도 수백 건씩 쏟아지는 AI 생성 리포트를 감당할 수 없다. KISA는 이 지점에서 검증 절차 자체를 AI 보조 체계로 재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KISA는 취약점 발굴 단계뿐 아니라 신고 접수 이후의 검증 단계에도 AI를 적용하는 범위를 넓혔다. 오탐 여부와 실제 공격 가능성을 자동으로 1차 선별한 뒤, 남은 후보만 전문 분석 인력이 정밀 검토하는 구조다. 이코노미사이언스 보도에 따르면 AI가 찾아낸 취약점 10건 중 실제 유효한 것으로 확인되는 비율은 5~6건 수준이라고 한다.
2026년 취약점 폭증의 배경, 왜 6만6000건인가
KISA가 전망한 6만6000건이라는 수치는 단순히 해커가 늘어서가 아니다. 코드 생성 AI가 대중화되면서 개발자 1인당 생산하는 코드량 자체가 늘었고, 그만큼 잠재적 결함도 비례해 증가했다. 동시에 취약점을 찾는 쪽도 AI 도구를 쓰면서 발굴 속도가 빨라졌다.
여기서 중요한 건 발굴 속도와 검증 속도의 격차다. 코드 분석 AI, 퍼징 자동화 툴, 대규모언어모델 기반 리포트 작성 도구가 취약점 '발견'의 문턱을 낮춘 반면, 그 취약점이 실제로 악용 가능한지 판단하는 '검증'은 여전히 사람의 판단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이 비대칭이 2026년 보안 생태계 전반의 병목으로 자리 잡았다.
취약점 신고 검증에는 별도의 비용 구조가 따라붙는다. 기업 보안팀이 외부 버그바운티 플랫폼을 운영할 때 지급하는 포상금은 취약점 등급에 따라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벌어지는데, 이 비용은 실제 유효 신고 비율이 낮아질수록 건당 검증 비용이 함께 치솟는 구조다. 구체적인 비용 부담은 다음과 같다.
버그바운티를 운영하는 조직 입장에서는 신고 1건당 평균 검토 시간, 검증 인력의 인건비, 그리고 오탐으로 판명될 경우 발생하는 매몰 비용까지 모두 계산해야 한다. AI 생성 리포트 비중이 늘수록 이 검증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6만6000건
KISA가 전망한 2026년 신규 CVE 공개 건수 (2023년 2만9066건 대비 2배 이상, 출처: ZDNet Korea)
2026년 신규 취약점 통계와 KISA 전망 자세히 보기

curl 사례로 본 AI 허위 신고의 실체
AI 생성 허위 취약점 신고, 이른바 'AI 슬롭(slop)' 문제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사례는 오픈소스 프로젝트 curl이다. curl은 2026년 1월 31일 HackerOne 기반 유료 버그바운티 프로그램을 7년 만에 잠정 종료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curl 유지보수자 대니얼 스텐베리는 확인된 진짜 취약점 비율이 기존 약 15% 수준에서 5% 미만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접수된 신고 중 일부(H1 #3125832)는 존재하지도 않는 함수를 인용하며 재현 불가능한 취약점을 서술한, 전형적인 AI 생성 허위 리포트로 지목됐다.
스텐베리는 2025년 중반 기준으로 접수 신고의 약 20%가 완전히 조작된 내용이었다고 추정한 바 있다. 신청 절차상 포상금을 노린 신고자가 대규모언어모델에 취약점 리포트 작성을 맡기고, 그럴듯한 형식만 갖춘 문서를 대량으로 제출하는 방식이 문제가 됐다. HackerOne 산하 Internet Bug Bounty 프로그램 역시 2026년 3월 27일부로 신규 신고 접수를 일시 중단하며 같은 몸살을 앓았음을 보여줬다.
흥미로운 반전은 이후에 나왔다. curl은 포상금 제도를 폐지한 지 한 달 만에 HackerOne 프로그램을 재개했고, 2026년 4월 기준 확인된 취약점 비율이 다시 15% 이상으로 회복됐다고 밝혔다. 신고자 풀이 재정비되고 진지한 연구자 중심으로 돌아오면서 품질이 정상화된 것이다.
| 시점 | 확인된 진짜 취약점 비율 | 비고 |
|---|---|---|
| 과거 평균 | 약 15% | AI 도입 이전 수준 |
| 2026년 1월 이전 | 5% 미만 | AI 슬롭 급증으로 포상금 폐지 결정 |
| 2026년 4월 | 15% 이상 | 프로그램 재개 후 비율 회복 |
KISA의 AI 검증·조치 체계는 어떻게 작동하나
KISA는 취약점 발굴 단계와 검증 단계를 분리해 AI를 이원적으로 활용한다. 발굴 단계에서는 대규모 코드베이스와 공개 웹페이지를 자동 스캔해 이상 패턴을 찾아내고, 검증 단계에서는 별도의 AI 모델이 오탐 가능성과 실제 공격 시나리오 재현 여부를 교차 검토한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협력 사례가 있다. KISA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OpenAI의 GTAC(Government Technology Assistance and Collaboration, 정부기술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국가 주요기반시설 공개 웹페이지를 대상으로 취약점 발굴·분석 협업을 진행 중이다. 이는 국내 공공 보안 체계가 해외 AI 기업의 전문 도구와 직접 연계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검증 체계를 선택하는 기관 입장에서는 어떤 방식이 적합한지 비교 기준이 필요하다. 자체 인력만으로 전수 검토하는 방식, AI 1차 필터링 후 사람이 재확인하는 하이브리드 방식, 외부 전문 업체에 위탁하는 방식 중 조직 규모와 예산에 맞춰 선택하는 추천 기준이 자리 잡고 있다.
실무적으로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로 평가된다. AI 단독 검증은 여전히 오탐률이 높고, 사람 전수 검토는 처리 속도가 신고량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한다. KISA가 채택한 이원 검증 구조 역시 이 절충안에 가깝다.
| 검증 방식 | 장점 | 단점 |
|---|---|---|
| 사람 전수 검토 | 정확도 높음 | 신고량 증가 시 처리 지연 |
| AI 단독 필터링 | 처리 속도 빠름 | 오탐·미탐 위험 상존 |
| AI 1차·사람 2차 하이브리드 | 속도와 정확도 균형 | 검증 인력 운영 부담 지속 |
국내 침해사고 증가세와 조직의 대응 방향
취약점 발견만큼 중요한 건 실제 피해로 이어지는 침해사고 추이다. 뉴스웍스 보도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국내 침해사고 신고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9.5% 늘어난 1236건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취약점 발굴량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공격자 역시 AI 도구를 활용해 공개된 취약점 정보를 빠르게 무기화하는 속도가 빨라졌고, 방어 측의 패치 적용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간에서 침해사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기업이나 기관이 취약점 대응 체계를 갖추는 방식은 크게 갈린다. 사내 보안팀 중심의 자체 대응 체계, 외부 보안관제 서비스 계약, 정부 지원 사업 활용 등 유형별로 접근이 다르다. 특히 중소 규모 조직은 KISA가 운영하는 공공 지원 체계를 활용하는 것이 실질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취약점 대응 예산을 편성할 때는 침해사고 대응 훈련 비용, 모의해킹 점검 비용, 보안 솔루션 라이선스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조직 규모에 따라 연간 수백만원에서 수억원까지 편차가 큰 항목이므로, 예산 계획 단계에서 우선순위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
AI 취약점 시대, 개인과 조직이 지금 할 수 있는 조치
AI가 취약점 탐지와 허위 신고를 동시에 늘리는 지금, 개인 개발자나 소규모 조직 입장에서는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 가장 먼저 자신이 운영하는 서비스나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사용 중인 라이브러리의 CVE 데이터베이스 등록 현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또한 외부 취약점 신고를 받는 창구를 운영한다면, 신고 양식에 재현 가능한 코드 경로와 실제 실행 로그를 필수 제출 항목으로 요구하는 것이 AI 생성 허위 신고를 1차로 걸러내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curl이 겪은 시행착오는 이 부분에서 참고할 만한 선례다.
조직 차원에서는 KISA가 운영하는 취약점 신고 포상제나 사이버보안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최신 대응 체계를 학습하는 것도 방법이다. 관련 교육과정이나 자격 취득 경로를 확인해 실무 인력의 검증 역량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
AI가 만든 취약점 신고 중 절반 가까이가 허위일 수 있다는 curl의 경험은, 발굴 속도만큼 검증 체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자신이 관리하는 서비스의 CVE 노출 현황을 KISA 취약점 정보 포털에서 조회해보는 것이 첫걸음이다.